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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ctile Hands'  Solo Show 2023-


 Our hands, feet, mouth, ears, nose and eyes directly encounter the world's surfaces. Our tongue, body and maneuvering skills are the tactile means to experience the earth beneath us.

Visual perception alone remains limited and dulls our desire to run, hit and tangibly interact with surfaces.

My works engage with the active spaces we move through. Not only the physical surfaces, but also the sensory environments surrounding the work become palpable.

This curious zone stimulates our hands, feet, mouth, nose, ears and eyes.

The works I create using my own "seed system" embrace these tactile spaces, making them perceptible through our entire sensory system.

​ 우리들의 손과 발, 입, 귀, 눈, 코는 지구의 표면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과 직접 만납니다. 눈으로만, 시각을 통해 사물과 만나는 것은 즉각적이지만 또한 직접 만나고 부딪쳐서 느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갈망을 약하게 만듭니다. 뛰어가서 부딪쳐서 만져보는 경험을 미루게 합니다.

제 작업은 만져보고 싶은 울퉁불퉁한 표면을 가집니다. 보는 것에 의존하기 위해 물러서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작업을 온몸으로 감싸안기 위해 빈 공간에 한발 더 들어서고 팔을 확 벌려 함께 숨을 쉬고자 합니다. 촉각적이며 껴안고 샆은 이 공간은, 손과 발, 귀와 코까지 뛰어들어서 만져보고 싶은 또다른 표면을 가지게 됩니다.

​제 작업이 만들어내는 이 공간, 서로 다른 인간의 감각들이 뛰어놀고 진화하며 기록되는 그 표면들이 제 작업의 요점입니다. 세잔이 캔버스 표면에 만들어냈던 새로운 깊이, 프랭크 스텔라가 '공간에 그려낸 회화'라고 주장했던 입체를 떠올려 봅니다. 시드시스템의 작업들은 전혀 다른 방식의 깊이와 표면을 가지고 작품 앞의 공간을 감싸안는 셈입니다.

Q1. Please introduce yourself, focusing on the theme of your work and your working method.


 My work explores sculptural canvas and tactile painting qualities that illuminate how we perceive the world around us through our sensory system.

I build up and break down painted surface waves using my own "paper seed" units, consisting of bold, densely juxtaposed hand-dyed colors. This creates a very subtle interplay between the paper's architectural structure - these elements never remain static.

The construction of my pieces evolves in a quiet, consistent manner all day long. My process produces ongoing revisions over days, weeks and seasons.

Our sensory experiences seem to affirm the delicacy and accuracy of perceiving all the subtle changes reflected in the work. However, the sensory records of each passing day prove quite fragile and not reliably consistent from one moment of revision to the next.

Ultimately, the inevitable quiet revisions are not meant to be monumental, but devotedly faithful to each poignant, fleeting moment unfolding here and now.


 제가 직접 만든 수많은 씨앗들이 만들어내는 언덕과 골의 흐름, 색과 명암의 대조적인 병치, 종이의 재질이 만드는 부드러운 반사가 어우러지면, 단단하고 매끄럽게 빛에 반응하는 견고한 물체가 만들어집니다. 이 견고한 물체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느낄 수 없는 회색빛 표면을 거부합니다. 시시각각 살아 움직이는 물체가 되고자 합니다.

켜켜이 쌓인 색면입체들은 주어진 공간에 일어나는 빛과 색의 변화를 생물처럼 받아들이며, 그 순간의 시공간과 한몸을 이룹니다. 수많은 색면 씨앗들이 하루 종일 또는 몇 주, 나아가 계절의 극적인 흐름을 담아내면서, 마주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담담하고 예민하게 기록하는 지도가 되는 셈입니다.

이 작업은 또한 그 시간과 공간을 오랫동안 마주했던 생물체의 감각을 기록해 놓은 개인적인 기록이자 지도입니다.  이 감각의 지도는 함께 시간과 공간을 겪은 한 개인의 모습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장치인 셈입니다. 마치 우리집 마당에 십년 동안 서있는 나무나, 태어나서 열살이 된 우리집 강쥐처럼 말이죠. 

작업 자체에 담겨 있는 형태나 이미지 자체로 더 완성도있는 지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작품이 존재하고 있고 바라보는 그 순간과 장소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

그 지점/그 순간에 가장 충실한 하나의 지도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품을 되돌아보면, 여전히 또다른 미세한 변화들이 작품 위를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개별적인 씨앗들이 또다른 파도를 만들면서 던지는 속도감은 이 변화가 시각적일 뿐 아니라 시간을 담은 생물체로서의 특징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Q2. What is the most distinctive feature of your artwork that sets you apart from other artists?


My works function as living architecture or an ever-growing tree, not as static wall hangings. The quality does not come from the infusion or representation of the artist's thoughts. This presence comes from the instant perception of the artwork's "liveness", "velocity", and its "growing up" quality, usually associated with living plants or animals. The works remind us how our sensory experience not only helps but also betrays our tactile understanding of the world. However, through this betrayal, the next dimension of each evolution opens up.


 저의 작업들은 벽에 걸린 가만히 멈춰 있는 물체로서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나무처럼 또는 살아있는 구조물처럼 다가옵니다.
이런 특징들은 제가 하나하나 작업마다 그 특징들을 어떻게 불어넣을 것인가 따로 애쓴다고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작업들을 바라볼 때 느끼는 움직일 듯한 기대감이나 숨어있는 속도감, 이런 살아있는 것들과 연결된 특징들은, 우리의 훈련된 생존 감각들이 본능적으로 발견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착각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의 어떤 요소들을 따로 분리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식물이나 동물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그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살아있음’, ‘지금도 자라고 있는 듯함’에 가까운 여러가지 요소들이 제 작업에 중요한 셈입니다.

-Laam Yi

- Real Life Architecture (2022 Solo Show) -

"If your image does not grow,

If your frame does not change,

If your perspective does not keep a record of yesterday,

Your work has not been working for you, but for others."

The chaos we experienced these past two and a half years has reminded us that there are things that exist just outside the boundaries of our ever-growing knowledge of the world. During that chaotic time, Ilhwa Kim created artworks which she calls "live architecture" because through them, we can explore how we encounter and come to know the world with our tactile senses. I see them as ever-evolving monuments to the architecture of our sensory experiences.


When we plant a seed in a vase, we are both curious and expectant. We quickly begin to have expectations about what the seed will become. As we watch the seed grow over time from a seedling to a small plant and maybe into a small tree, we're always surprised and a bit disappointed because it never happens exactly the way we expect. Our understanding of the seed always contains some extent of betrayal of our initial expectations. This experience of betrayed expectation also happens when we grow into adulthood and beyond. Surprise and betrayal are part of growing up.


As Kim worked on her live architecture, she intentionally included the attributes of surprise and betrayal because without them, her live architecture cannot grow and change.

Cezanne was right in saying that our senses do not represent the outer world as it is. However, this does not mean we cannot or do not have to represent things as they are. Without knowing the surface of an apple, for instance, we cannot learn how to cut the apple or how to make juice out of it. Tactile transactions are the building blocks of our interactions with the world. Cezanne simply pointed out the "chasm" between our sense perception and real understanding of the world.

This chasm is not for us to deny, but to observe and explore. This is the core of Ilhwa Kim's 2022 solo show and the reason she titled it "Real Life Architecture". "Real Life Architecture" artworks remind us of the chasm between everyday senses and tactile reality, and how this chasm betrays us, forcing us to explore deeper, evolve, and grow.


"I began my career with painting but was frustrated with it when I found my body moved faster than my hands or my plan as I worked. When moving from painting to sculpture, I wanted to do everything I was able to do in painting," especially using brush strokes and a wide range of colored paints. However, Kim didn't want to portray another three-dimensional Cezanne's apple in her paper sculpture. She needed her works to have a stronger real-life presence and contain the architecture of our sensory evolution.

When you spend enough time with her work at various distances and in different surroundings, her work begins to function as a tactile record of your personal histories. As time passes, the record becomes a sensory monument that contains the surprise, the betrayal, and the chasm of personal growth.

Kim's real-life architecture tries to understand the dynamism and the betrayal of our real-life everyday experience. The live architecture keeps a record of the changing boundaries of our sensory map; between the mountain and the river, between you and me, between my yesterday and our tomorrow.

-Laam Yi

<시드 시스템의 진화 The Evolution of Seed System> (2022)

- ‘천하도’(Cheonhado/Seed_universe, 2016)에서

시드시스템(Seed System, 2020)으로,

씨앗들의 기념비(Monument of Seeds)를 향해 -

2015/2016년 김일화 개인전의 천하도(Seed_universe)는 눈에 보이는 세계, 가봤던 세계를 그렸던 지도가 아니다. 가보지 않았던 세계를 상상으로 포함해서 만든 표면이 올록볼록한 입체지도이다. 지금 산이 어디 있는지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 알고 이해한 후에 만들자는 지도가 아니었다. 모르는 산에 올라가고 가보지 않은 바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단 입체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 모르는 부분은 상상으로라도 먼저 채워넣고, 여차저차 산을 만나고 강을 건너는 경험을 하며 채워 넣겠다는 진행형의 지도였다.

씨앗으로 만든 이 미완의 지도가 ‘결국 상상으로 채워넣고 거기서 끝나는가, 아니면 시간이 흐르며 수확하는 정보를 담아낼 능력이 있는가'가 점점 묵직한 질문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관찰하고 교정한 것을 이 씨앗에 담고 그 씨앗이 성장할 수 있는가, 아니면 매번 씨앗을 새로 뿌리고 이 입체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인가. 충분한 경험과 관찰이 없이 부족한 채 상상했지만 그것이 세계의 모두이고 상상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말하지 않았다. 반대로 직접 가서 관찰할 때까지는 아무것도 미리 상상해서 그리지 말고, 그 시간에 먼저 가서 관찰할 것을 강요하지 않으려 했다.

 '진화하는 경험을 담아내는 시스템이 될 수 있는가?', 돌이켜 보면 이 질문이 중요한 분기점이었던 셈이다. 김일화는 이후 수년에 걸쳐 작업과정을 쪼개고 새 도구들을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작업과정과 작업결과물이 하나로 어우러진 ‘시드시스템(Seed System)’을 다듬었다. 우리의 감각은 전날까지 매일 쌓아온 것들을 활용해서 오늘 부족하지만 또하나의 판단을 내린다. 꾸준히 그걸 들여다 보며 몸을 기대고 손끝으로 애쓰는 사람에게만 한 발자국 앞이 보인다. 우리는 나름의 경계선을 정하고 또 수정해 가면서, 이 오목볼록한 세계의 생김새를 재단할 수 밖에 없다. 결코 중단되지 않고 끊임없이 꿈틀대며 매일같이 경계선을 타고 방향을 탐색해 보는 개인적인 감각의 시스템, 이것을 작가는 '시드시스템'이라 부른다.

​매우 개인적인, 그 매일을 담으며, 숨쉬고 하루하루 자라난다. 그 매일의 기록 자체에는 올바르거나 그른 방향이 있을 수 없다. 작가는 다만 그것이 매일을 살아가고 쌓아가는 유일한 방법이고, 신이 만든 자연과 인간이 만든 시스템의 경계선에서 버티고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매일 쌓아온 덩어리들이 하나하나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식물학적 조각(Botanical Sculpture)은 개인의 서로 다른 매일, 그 역사와 함께 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관찰한 세계에 더해서 가보지 않은 세계까지 상상해서 담아보려던 작업은, 신이 만든 미지의 세계와 인간이 느끼고 배우며 쌓아가는 시스템 사이의 경계가 결코 분명하지 않고 매우 짧은 시간에 놀랍도록 변화한다는 사실에 닿게 된다. 진화하는 감각과 그 경험을 담고자 했던 시드시스템은, 경계선의 이동과 변화를 기록하는 시스템과 동일한 셈이다. 산과 강의 경계선, 나의 어제와 우리의 내일 사이의 경계선, 신이 만든 자연과 인간이 만든 시스템 사이의 매일 변화하는 경계선들이 시드시스템에 담겨지는 셈이다. 이미 완성시켜 놓은 작업 속에 의미가 고정되고, 그 속에 작가가 담아 놓은 의미, 비전을 읽는 방법들과는 반대편에 서게 된다.

감각을 기록하고 추적하는 시드시스템 속에서, 시간이 흐르며 점점 단단해진 부분들이 생겨났다. 식물은 씨앗때 매우 단단하지만, 줄기가 씨앗을 깨고 나오면 매우 부드러워지고, 다시 줄기들이 쌓여서 나무둥걸을 이룰 때 잘라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진다. 씨앗으로 그려진 지도 위에 작지만 매우 낮고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단단한 건물들이 촘촘하게 들어서고 있다 . 신이 만든 자연과 인간이 만든 시스템 사이에서 매일같이 방향을 탐색해 보는 마이크로 조각... '씨앗들의 기념비(Monument of Seeds)'가 당분간 그것을 부르는 이름이 될 것이다.

김일화의 작업은 무엇을 재현하는가? 오목볼록한 자연과 매일 변화하는 촉각 사이의 경계선을 느끼고 탐색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완성되어 고정된 지도와 다른 점은, 꼬리를 물며 진화하는 흔적을 계속 간직한다는 것이다. 어제를 담고 있고, 내일을 꿈꿔보는, 살아있는 조각 말이다.

-이 람

'Seed' as a Tiny Universe

- 2015 Guangzhou Opera House Solo Show

Ilhwa Kim's work 'Seed_universe 天下圖' is composed of tens of thousands of small seed-like units. Each seed unit combines straight lines and circles, forming a tiny individual universe in Kim's unique conceptual approach.

The materials are not pre-manufactured but created by hand for each individual seed universe. Kim meticulously dyes sheets of paper with thousands of different colors and then cuts and rolls the layered paper to make each unit rigid. No two seed universes are identical in shape, appearance, or color within her work.

As the tens of thousands of seed universes come together to form the entire installation, a single unified piece is created. However, the sense of completion is never final, as each new perspective betrays the previous one. The surface and essence of the work are in constant flux from morning until night - endless undulating waves formed by the 'paper seed' units, bold and densely juxtaposed hand-dyed colors, and subtle interplays of reflected light between the Hanji paper units.

Kim's universe undergoes a dramatic transformation between close and distant viewpoints. The tiny seed units crafted by her hands appear firm and rigid up close, but the accumulative forms move with a tender, fluid dynamism. A gently relaxed dialogue plays out between the sculptural physicality and the painterly, tactile qualities. Her universe dissolves distinctions between sculpture and painting. The tactile universes defy having an optimal single vantage point.

Though the 'Seed_universe' installation itself is static, it endlessly reforms and shifts with every moment, achieving unseen dynamic balances between the humble, tranquil seed elements.

                                                                                                                                  --Laam Yi

'Cheonhado 天下圖'  
- 2016 Dennos Museum 'Seed Universe 天下圖


 Ilhwa Kim's 'Seed Universe 天下圖' work is constructed from rolled paper units. The collective arrangement of these rolled paper elements is in a perpetual state of flux, recording all the spatial changes occurring within the moment.

Kim's 'Seed Universe' was originally inspired by the anonymous world map 'Cheonhado (天下圖)' from the 17th-18th century Joseon dynasty, a time before surveying and aerial views existed. It was an imaginative depiction of the world order at that period.

Kim aims to construct a new version of 'Cheonhado 天下圖,' which serves as a daily record of our living spaces. The tender yet surprisingly visible aspect becomes how to reflect all the spatial changes occurring in the present moment. The momentary map becomes an internal landscape for viewers to wander through.

Kim's sculptural canvas and tactile painting quality initiate sensory updates of her Cheonhado; endless undulating waves formed by her 'paper seed' units, bold and densely juxtaposed hand-dyed colors, and very subtle reflections between the 'Hanji' paper units. Kim's new map is revised in a quiet and constant manner.

This new 'Cheonhado' also continually questions and collects our sensory records. For a moment, our sensory records prove to be delicate and accurate by recognizing all the changes reflected in her 'Cheonhado.' However, inversely, the sensory records accumulated over the day turn out to be quite fragile and undependable due to the work's numerous revisions.

Kim's 'Cheonhado' achieves a unique moment map through its own constant updates within the installation space. The momentary map keeps changing all day long. Now, Cheonhado's purpose is not to be 'ephemeral' but to be decisively loyal to each emotional moment here and now.

                                                                                                                                                                                                                               --Laam Yi

<천하도 天下圖> 


 '천하도'라는 작품제목은 조선시대 작자미상의 '天下圖'를 작가 고유의 방법으로 재탄생시키고 싶다는 기획의 산물이다. 수백년전 조선의 천하도는 측량이나 하늘에서 본 이미지가 없던 시대의 지도이다. 주변의 큰 산, 큰 나라 등 알려진 사실과, 세계의 질서는 이런 거라는 관념을 합쳐서 만든 작자미상의 지도이다. 세계의 중심 꼭대기에 있다고 상상했던 나무까지 그려져 있다.


 김일화의 천하도는 작가 자신이 미리 수집한 지식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지 않는다. 큰 틀만 정해놓고 미리 준비한 종이단위들을 본능적으로 쌓기 시작하면, 어느새 언덕과 골, 길들이 캔버스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종이단위들을 작가는 ‘씨앗’이라고 부른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직접 수작업으로 염색한 한지들을 햇빛에 말린 후, 직선과 원의 기본구성을 가지는 '씨앗' 조각들을 만든다. 수만개의 씨앗들이 이끄는 힘에 이리 저리 휘둘리면서, 작가 자신이 미리 내다볼 수 없었던 질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나타난다.


 수많은 씨앗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언덕과 골의 흐름, 색과 명암의 대조적인 병치, 한지재질이 만드는 부드러운 반사가 어우러지면, 단단하고 매끄럽게 빛에 반응하는 입체를 이룬다. 켜켜이 쌓인 색면입체들은 주어진 공간에 일어나는 빛과 색의 변화를 생물처럼 받아들이며, 그 순간의 시공간과 한몸을 이룬다. 수많은 색면입체가 하루종일의 극적인 흐름을 담아내면서, 작품이 마주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담담하고 예민하게 기록하는 지도가 된 셈이다.


 김일화는 작품 자체에 담겨 있는 형태나 이미지 자체로 더 완성도있는 지도가 되려는 꿈을 꾸지 않는다. 작품이 존재하고 있고 바라보는 그 순간과 장소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 그 지점/그 순간에 가장 충실한 하나의 지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작품을 다시 되돌아 보는 순간, 여전히 또다른 미세한 변화들이 작품 위를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다. 개별적인 조각들이 또다른 파도를 만들면서 던지는 속도감은 이 변화가 시각적일 뿐 아니라 인지적인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비행기를 타고 산과 들 위를 날며 아래를 바라보면, 해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김일화의 천하도는, 이름없던 씨앗들이 하루종일의 흐름과 씨름하며 만드는 질서들을 담아낸다. 그 질서들 또한 잠시 모습을 드러낼 뿐,  또 사라져 버린다. 더이상 '천하도/天下圖'가 불가능한 시대에, 김일화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현대의 새로운 지도인 셈이다.

                                                                                                                                           -- 이 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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